Wednesday, May 17, 2017

두괄식 글쓰기: 영어 논문을 'Poor English'로 리젝 당하지 않는법

요즘 저랑 같은 사무실 쓰는 친구들이 학회를 준비중입니다. 최근에 리뷰가 끝났고 이제 통과/탈락 Acceptance/Rejection을 정하는 회의를 하더군요. 그리고 그럭저럭 재밌는 연구를 했지만 논문 작성 - 글쓰기를 매우 못해서 모든 리뷰어에게 낮은 점수/Rejection을 받은 논문을 보여주더군요.

인터넷에서 논문 리뷰 가이드를 찾아보면 '글쓰기'보다 연구 내용을 보고 평가하라고 써있곤 합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영어 또는 글쓰기 이슈로 점수를 많이 깎이고 결과적으로 억셉될수도 있었던 논문이 리젝되는 슬픈일이 일어나곤합니다.

사실 억울하죠. 서양애들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더라도 한국어 화자가 얼마나 영어로 말하고 글쓰기가 어려운지 몰라요. 그렇지만 현실이 냉정하니 생존할 방법을 논의해봅시다. 저도 많이 부족하지만 제가 깨달은 몇가지를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몇 가지 이야기를 할건데, 핵심 키워드는 "두괄식" 입니다. 

두괄식으로 초록 쓰기

오늘 제가 리젝당한걸 지켜본 논문의 시작은 두 문단으로 되어있습니다. 대략 이런식으로요. (제가 작성한 예제입니다.)

The development of parallel-computing hardware and optimisation techniques have been helped research on deep neural networks since 2000s when .. blahblah (중략)
This work present a music classification based on deep convolutional neural network. ... (후략)

즉, 첫 문단에 이 연구의 배경 설명을 소개하고 두 번째 문단에서 본격적으로 이 논문의 내용을 소개하는겁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서양식 글쓰기에서 첫 번째 문단은 완전 불필요한 잉여문단입니다. 저런 소개를 빼고 조금도 어색하지 않아요. 리뷰어는 이미 해당 분야의 배경 지식을 갖고있습니다. 저런 소개는 잉여인데다가 리뷰어의 집중력을 흐트려놓습니다. 그리고 논문의 시작에서 강렬하고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면 이미 "이 논문 뭐야? 어디꺼야?"이러면서 부정적으로 보게 되고 최악의 경우엔 제대로 읽지도 않아요. 부당하지만 현실.

게다가 영어 실력이 조금 떨어져서 쓸데없는 내용을 담은 이상한 문장이 나왔다면? 리젝률이 막 올라가는거죠. 오늘 본 논문이 딱 이랬어요. 

즉, 부족한 영어실력 * 두괄식이 아닌 글쓰기 = 리젝. 따라서 일단 두괄식으로 초록을 쓰세요. 초록 첫 문장에서 바로 강펀치를 빵! 날리셔야합니다.

두괄식으로 본문 쓰기

마찬가지 내용입니다. 각 문단의 첫 문장만 모아놓으면 자동으로 개요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문단의 첫 문장은 그 문단의 가장 중요한 내용을 요약해야합니다. 만일 중요한 내용이 두 개가 나온다면 문단을 나누세요.

두괄식으로 문장 쓰기

논문에서는 'we'가 아니라 수동태로 문장을 작성하라고 배우죠. 그런데 보면 종종 we로 시작하는 문장도 있어요. 이걸 더 자세히 설명해볼게요.

1. Audio signals are converted into short-time Fourier transform.
2. Short-time Fourier transform is adopted to represent audio signals.
3. We use short-time Fourier transform to represent audio signals.

언뜻 보면 같은 내용을 다르게 표현한것 같지만 논문 글쓰기를 하는 경우에는 저 셋을 구별해서 사용해야합니다.

일단, 1과 2는 소위 수동태고 3은 능동형 문장이네요. 그럼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1. 주어가 Audio signals로 되어있네요. 이 경우엔 오디오 신호를 어떻게 처리하는지가 제일 중요한 상황입니다.
2. 주어가 Short-time Fourier transform이네요. 이 맥락에서 다른 방법 (CQT, Mel-spectrogram, ...)이 아니라 STFT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중요한거죠.

사실 1과 2는 그렇게 다르진 않습니다. 독자가 읽기에도 별 차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거에요. 그러나 3은 아주 다릅니다.

3. 상황에 따라 "We used short.."로 쓰는게 나을수도 있어요. 아무튼, 왜 논문인데 능동형이냐! 이 문장은, 제안한 방법이 꼭 STFT를 써야하는건 아니고 다른것도 가능한 상황, 즉 알고리즘 내부에서 STFT를 쓰건 다른걸 쓰건 큰 차이가 없고, 이 논문에서 보고하는 실험은 STFT를 썼다는걸 명시하는 경우에 쓸 수 있는 문장입니다. 반대로, STFT를 (거의) 반드시 써야하는 상황이라면 1이나 2처럼 쓰는것이 더 적합하겠죠.

결론

초록도, 본문의 문단도, 문장도 모두 두괄식으로 써야합니다. 한국인의 대화/글쓰기 사고방식이 두괄식이 아니라 두괄식으로 쓰려고 맘먹어도 자꾸 잊을거에요. 그래도 계속 이걸 잊지말고 계속 쓰고 고치다보면 훨씬 좋은 글이 나올거에요. 그럼 다들 좋은 논문 쓰길 바랍니다.